한국일보
강릉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비치'. 관객들은 이 가짜 해변에서 파도와 술래 잡기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실컷 놀다 간다. 디스트릭트 제공
아이는 파도와 술래 잡기를 하고 연인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진짜 해변에라도 온 듯이. 하지만 이 곳은 전시관에 설치된 '비치'라는 미디어 아트 작품 속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 8m 높이서 쏟아지는 폭포, 굉음과 함께 꽂히는 벼락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이 보여주는 건 진짜 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 현실의 세계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지털미디어기업 '디스트릭트'의 이상진 부사장(기획· 연출 총괄)은 "미디어아트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감동 받지 않을 준비를 하고 왔다가 '와' 하고 놀라게 됐다는 분들이 많다"며 "저희 작품이 실재하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각색된 자연이다 보니, 고정관념을 깨고 더 새롭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 여수, 강릉 3곳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은 최근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 9월 제주에 첫 아르떼뮤지엄을 연 후 2년이 채 안 돼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릉 전시관은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41만명이 다녀갔다. 미디어아트는 난해하다는 인식으로 일반 관람객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아르떼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스트릭트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제주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워터폴'. 모래 폭포로, 아르떼뮤지엄의 자연은 실재하는 자연이 아닌 각색된 자연이다. 디스트릭트 제공
이 곳의 작품들이 기존 미디어아트와 다른 특징은 "이머시브(immersive)한 공간", 즉 작품이 관객을 에워싸는 듯한 느낌을 창출하는 점이다. 이런 기법은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 관객의 몰입감을 한껏 높인다. 이를 위해 아나몰픽, 퍼스펙티브 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동원됐다. 전시장마다 풍기는 각기 다른 향은 관객이 느끼는 감각의 지평을 넓힌다. '플라워' 전시장에서는 꽃 향기가, '비치'에서는 시원한 향기가, '포레스트'에서는 피톤치드 향기가 나는 식이다.
전시 주제는 '영원한 자연'이다. 이 부사장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고민하다 자연으로 정했다"며 "꽃이 피고 지고, 폭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처럼 사시사철 바뀌고 순환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릉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썬더'. 디스트릭트 제공
여수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비치'. 같은 주제의 전시라 하더라도 전시관마다 바다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디스트릭트 제공
공은 들였지만 이 정도까지 호응이 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처음 오픈하면서 "하루 300명만 와도 기뻐하자"고 했던 게 이제는 많게는 하루 관람객이 7,000명에 이른다.
이 부사장은 시대 흐름에 맞게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뜻의 신조어)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것"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공유되려면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공간과 사진에 담긴 공간이 다르지 않게 비교해가며 계속 수정해 나갔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스트릭트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아르떼뮤지엄은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는 홍콩과 중국 청두에, 내년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전시관을 열 계획이다. 내년 4월에는 부산에 개관을 준비 중이다. "전시관에 가보면 어떤 분들은 바닷가에서 춤도 추시고, 명상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폭포가 말을 거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이던 분도 기억에 남아요. 미디어아트를 잘 몰라도, 머무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일보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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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비치'. 관객들은 이 가짜 해변에서 파도와 술래 잡기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실컷 놀다 간다. 디스트릭트 제공
아이는 파도와 술래 잡기를 하고 연인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진짜 해변에라도 온 듯이. 하지만 이 곳은 전시관에 설치된 '비치'라는 미디어 아트 작품 속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 8m 높이서 쏟아지는 폭포, 굉음과 함께 꽂히는 벼락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이 보여주는 건 진짜 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 현실의 세계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지털미디어기업 '디스트릭트'의 이상진 부사장(기획· 연출 총괄)은 "미디어아트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감동 받지 않을 준비를 하고 왔다가 '와' 하고 놀라게 됐다는 분들이 많다"며 "저희 작품이 실재하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각색된 자연이다 보니, 고정관념을 깨고 더 새롭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 여수, 강릉 3곳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은 최근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 9월 제주에 첫 아르떼뮤지엄을 연 후 2년이 채 안 돼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릉 전시관은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41만명이 다녀갔다. 미디어아트는 난해하다는 인식으로 일반 관람객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아르떼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스트릭트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제주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워터폴'. 모래 폭포로, 아르떼뮤지엄의 자연은 실재하는 자연이 아닌 각색된 자연이다. 디스트릭트 제공
이 곳의 작품들이 기존 미디어아트와 다른 특징은 "이머시브(immersive)한 공간", 즉 작품이 관객을 에워싸는 듯한 느낌을 창출하는 점이다. 이런 기법은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 관객의 몰입감을 한껏 높인다. 이를 위해 아나몰픽, 퍼스펙티브 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동원됐다. 전시장마다 풍기는 각기 다른 향은 관객이 느끼는 감각의 지평을 넓힌다. '플라워' 전시장에서는 꽃 향기가, '비치'에서는 시원한 향기가, '포레스트'에서는 피톤치드 향기가 나는 식이다.
전시 주제는 '영원한 자연'이다. 이 부사장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고민하다 자연으로 정했다"며 "꽃이 피고 지고, 폭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처럼 사시사철 바뀌고 순환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강릉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썬더'. 디스트릭트 제공
여수 아르떼뮤지엄의 전시장 '비치'. 같은 주제의 전시라 하더라도 전시관마다 바다의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디스트릭트 제공
공은 들였지만 이 정도까지 호응이 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처음 오픈하면서 "하루 300명만 와도 기뻐하자"고 했던 게 이제는 많게는 하루 관람객이 7,000명에 이른다.
이 부사장은 시대 흐름에 맞게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뜻의 신조어)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것"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공유되려면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공간과 사진에 담긴 공간이 다르지 않게 비교해가며 계속 수정해 나갔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스트릭트 본사에서 인터뷰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아르떼뮤지엄은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는 홍콩과 중국 청두에, 내년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전시관을 열 계획이다. 내년 4월에는 부산에 개관을 준비 중이다. "전시관에 가보면 어떤 분들은 바닷가에서 춤도 추시고, 명상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폭포가 말을 거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이던 분도 기억에 남아요. 미디어아트를 잘 몰라도, 머무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일보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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