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체인저스]④월급도 밀리던 회사, 14년만에 보너스...K디자인 주역으로

아시아 경제 

천재 디자이너가 만든 회사 실패 딛고 체질개선

14년만에 직원 보너스 지급 예정

음악, 웹툰, 게임, 드라마 등 대표적인 K콘텐츠 대표는 랜선과 전파를 타고 세계를 사로잡았다. 시공간 제약이 없는 콘텐츠의 장점이다.

그간 온라인이 주류였던 K콘텐츠는 이제 오프라인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대표 주자는 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 천재 디자이너가 남긴 디자인 회사서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로 도약 중이다.

작품명 WAVE. 디스트릭트가 유명해진 시발점이다.

이 회사가 만든 오프라인 작품을 담은 영상을 1억명 이상이 유튜브 등에서 봤다. 전시관 사업인 ‘아르떼뮤지엄’으로로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홍콩)에 진출했다. 중국 청두 오픈(28일)도 앞두고 있다.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3년 연속(2021·2022·2023) 본상도 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다. 지난해 정부 주최 ‘우수디자인 상품’ 대상도 받았다. 중소기업이 이 상을 받은 것은 37년만에 처음이었다. 명실상부 ‘K디자인’ 수출 기업이다. 

디스트릭트는 불과 7년 전 자본잠식에 빠졌던 회사다. 직원 월급이 밀린 적도 있었다. 그런 회사가 2년 전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08억원(매출 411억원)을 냈다. 14년 만에 성과급도 지급할 예정이다. 오는 6월 최소 한달치 월급 이상의 ‘보너스’를 전 직원이 받는다. 자본잠식 당시보다 직원도 2배가량 늘어난 245명이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 디자이너

모델하우스 '빌리브 에이센트' 2023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다. 

2004년 문을 연 디스트릭트는 업계 실력자들이 모인 회사였다. 공동 창업자인 최은석·김준한 전 대표는 1세대 웹디자이너 ‘4인방’으로 꼽혔던 인물들이다. 다른 2명은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 한명수 배달의민족 CCO다. 회사 이름을 디스트릭트(d’strict)로 지은 것도 디자인(design)을 엄격하게(strictly) 하자는 의미였다.

일반적인 디자인 회사와는 달랐다. 흔히 ‘디자인 에이전시’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고객사에 납품하고 대가를 받는 것에 의존한다. B2B 기반이다. 디스트릭트도 B2B로 연 매출 100억 정도를 올렸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에이전시가 아닌 ‘디자인 컴퍼니’를 지향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디자인에선 한국을 나아가 세계 최고를 꿈꿨다.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직접 B2C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까지 뒤져봐도 흔치 않은 발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만든 세계 최초 4D 테마파크였다. 경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워 디지털 아트의 세계적인 선구자로 불렸던 최은석 전 대표의 작품이다. 하지만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투자금 150억원은 공중분해됐다. 열정과 자신감으로 주변 사람까지 달아오르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최 전 대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영은 갈수록 악화했다. 때마침 B2B 사업도 흔들렸다. 결국 디스트릭트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에 빠졌다. 스타트업, 벤처 투자 개념도 제대로 없던 시절임에도 누적 투자금액이 300억원 가까이 됐던 유망한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벼랑 끝에 몰렸다.

시대에 맞춰간 디지털아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디스트릭트는 수장을 교체했다. 이성호 현 대표가 2016년부터 회사를 맡았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 전공에 대형 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디자인 회사에선 특이한 이력이다. 대체복무 요원으로 처음 이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근무한 이유는 동료들의 실력에 대한 믿음과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아파트 담보 대출, 신용대출 가리지 않고 자금을 모았다. 특히 SNS 마케팅에 주목했다. 3년 전 코엑스 전광판을 수놓은 ‘파도(작품명 WAVE)’는 유튜브 등을 합쳐 조회 수 1억회를 넘겼다. 도심 한복판에서 파도가 눈앞에서 치는 듯한 디지털 아트는 당시 사람들에게 충격파를 던졌다.

가능성을 확인한 디스트릭트는 B2C 사업에 또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이다. 인스타그램 친화적으로 설계했다.‘인증샷’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 강릉까지 3곳에서 400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디스트릭트는 입지를 중요하게 봤다. 상설 전시관 특성상 도심에 있으면 콘텐츠를 자주 교체해야한다. 그러나 관광지는 자주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연간 주기로 내용을 바꿔도 무리가 없다. 국내 아르떼뮤지엄 4곳은 모두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이다. 12년 전 아픔으로 끝난 4D 테마파크는 일산에 있었다.

3년 내 매출 5000억 목표

작품명 Waterfall-NYC.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수놓은 작품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퀘어를 수놓았던 디지털 아트도 디스트릭트의 작품이다. 아르떼뮤지엄의 성공까지 더해지면서 디스트릭트는 주목받는 회사가 됐다. 올초 1000억원 투자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초까지 중국(청두), UAE(두바이), 미국(라스베이거스·LA), 부산 영도까지 5군데의 전시관 설치 계획을 이미 확정했다. 3년 내로 20곳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역시 모두 관광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확장할 15군데의 아르떼뮤지엄에서 제주도 수준(연간 150억원 이상)만 유지해도 3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게다가 해외 전시관 입장료 객단가는 2~3배 이상이다. 기업납품 등 기존 B2B 사업도 진행하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LED.ART 라이선싱 사업까지 궤도에 오르면 충분히 연매출 5000억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올해 중으로 제주도에 디지털아트와 키즈카페를 결합한 키즈파크도 오픈한다. 이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이뤄진다면 나스닥 직상장도 도전한다는 것이 디스트릭트의 중장기 비전이다.

이 대표는 “가장 대중적인 것이 가장 예술적인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며 “시각 예술을 소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아시야 경제 오유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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