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중국에 ‘아르떼뮤지엄’ 문 여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웨일 #2>. 디스트릭트 제공
지난 한해 세상을 사로잡은 고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에만 있지 않았다. 춤추는 파도가 만들어낸 고래가 지난해 4월 세계적인 권위의 독일 ‘아이에프(iF)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받은 데 이어, 11월 국내 ‘2022 우수디자인(GD) 상품’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수놓은 작품 <웨일 #2>를 탄생시킨 디스트릭트코리아(이하 디스트릭트)는 2023년을 맞아 세계를 향한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2023년 4월 중국 청두, 6~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상반기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연말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문 여는 게 목표고요.”
최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가 밝힌 새해 계획이다. 당시 막 국외 출장을 다녀온 그는 “미국 뉴욕·올랜도, 브라질 상파울루, 필리핀, 베트남, 독일도 알아보는 중”이라며 “2026년까지 전세계에 최소 20곳 정도 오픈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은 디스트릭트가 사업 영역을 기존 비투비(B2B·기업끼리의 거래)에서 비투시(B2C·기업과 소비자의 거래)로 넓히는 전환점이 됐다. “비투비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비투시를 늘 염두에 뒀다”는 이 대표가 2020년 9월 제주에 첫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아르떼뮤지엄 제주. 디스트릭트 제공
“사실 이전에도 라이브파크, 플레이케이팝 테마파크 같은 비투시 모델을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진 않았어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준비하던 중 공사 석달 만에 코로나 사태가 터진 거예요. ‘아, 또 망한 건가’ 했는데, 코로나로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가 뜨면서 아르떼뮤지엄도 입소문을 탄 거죠.”
대형 전광판을 통해 제주섬의 환상적인 자연경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금세 명소로 떠올랐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 대표는 곧바로 새로운 장소를 물색했다. 2021년 8월 전남 여수, 12월 강원 강릉에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 세곳을 지난해 말까지 380만명이 찾았다. 내년 7월에는 부산 영도에도 생긴다.
아르떼뮤지엄 여수. 디스트릭트 제공
아르떼뮤지엄 강릉. 디스트릭트 제공
그렇다고 비투비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디스트릭트는 2004년 기업 의뢰를 받아 웹사이트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공인회계사로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삼일에서 일하던 이 대표가 2007년 대체복무제도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 왔을 때도 그랬다. 그는 2009년 복무를 마치고도 삼일로 돌아가지 않고 디스트릭트에 남았다. “그즈음 아이폰이 나오고, 빔프로젝터, 엘이디(LED), 홀로그램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쏟아졌어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커질 거라는 판단과 함께, 안정적인 회계사 일보다는 불확실해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자는 도전 정신이 발동했죠.”
경영관리·사업개발 등 업무를 하던 그에게 대표이사 제의가 온 건 2016년이었다. 2012년 라이브파크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창업주 최은석 대표마저 세상을 떠난 이후 디스트릭트는 급격히 어려워졌다. 한해 적자가 100억원 가까이 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워졌다. 그때 경영의 세대교체를 꾀하고자 이 대표에게 중책을 맡긴 것이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여기서 보낸 나의 지난 9년이 의미가 있으려면 더 주도적으로 조직을 이끌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대표 자리를 수락했죠.”
서울 강남 코엑스의 <웨이브>. 디스트릭트 제공
그는 아르떼뮤지엄과 함께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웠다. 디스트릭트의 역량을 알리고자 서울 강남 코엑스의 국내 최대 전광판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4월 한달간 공개한 ‘웨이브’는 2차원 전광판을 파도가 굽이치는 3차원 공간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다. 이를 찍은 영상이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지면서 <시엔엔>(CNN), <로이터> 통신, <포브스> 등 외신에 보도됐고, 뒤늦게 국내 언론도 타면서 <웨이브>는 5월 말부터 넉달간 재상영됐다.
끝이 아니었다. <웨이브>의 여파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 집합소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을 운영하는 두곳과 연결된 것이다. 2021년 7월 열흘간 돈 한푼 안 내고 타임스스퀘어에서 <웨일 #2>를 상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곧바로 또 다른 전광판에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워터폴엔와이씨(NYC)>를 일주일간 상영했다. 일주일에 20만달러인 원래 가격의 10분의 1인 2만달러만 냈다. 뜨거운 반응에 전광판 소유주는 “돈 안 받을 테니 한달 더 연장하자”고 했다. 이 두 작품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디스트릭트는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브랜드의 작품 의뢰가 늘었고, 제작비도 3배 이상 더 받게 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워터폴엔와이씨(NYC)>. 디스트릭트 제공
디스트릭트는 어린이 대상 키즈카페, 유명 셰프와 협업해 음식 먹는 경험을 미디어아트와 결합하는 모델도 추진 중이다. 상업적 비즈니스와 함께 순수예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에이스트릭트’라는 브랜드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어 국외 아트페어 등에 출품하는 식이다.
디스트릭트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뭘까? “현대미술 갤러리나 박물관에 가면 일반 대중은 좀 어려워해요. 우리는 직관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경험하도록 하죠. 새로운 형태의 시각예술을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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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에 ‘아르떼뮤지엄’ 문 여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웨일 #2>. 디스트릭트 제공
지난 한해 세상을 사로잡은 고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에만 있지 않았다. 춤추는 파도가 만들어낸 고래가 지난해 4월 세계적인 권위의 독일 ‘아이에프(iF)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받은 데 이어, 11월 국내 ‘2022 우수디자인(GD) 상품’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수놓은 작품 <웨일 #2>를 탄생시킨 디스트릭트코리아(이하 디스트릭트)는 2023년을 맞아 세계를 향한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디스트릭트의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2023년 4월 중국 청두, 6~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상반기 중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연말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문 여는 게 목표고요.”
최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가 밝힌 새해 계획이다. 당시 막 국외 출장을 다녀온 그는 “미국 뉴욕·올랜도, 브라질 상파울루, 필리핀, 베트남, 독일도 알아보는 중”이라며 “2026년까지 전세계에 최소 20곳 정도 오픈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은 디스트릭트가 사업 영역을 기존 비투비(B2B·기업끼리의 거래)에서 비투시(B2C·기업과 소비자의 거래)로 넓히는 전환점이 됐다. “비투비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비투시를 늘 염두에 뒀다”는 이 대표가 2020년 9월 제주에 첫 아르떼뮤지엄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아르떼뮤지엄 제주. 디스트릭트 제공
“사실 이전에도 라이브파크, 플레이케이팝 테마파크 같은 비투시 모델을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진 않았어요.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아르떼뮤지엄 제주를 준비하던 중 공사 석달 만에 코로나 사태가 터진 거예요. ‘아, 또 망한 건가’ 했는데, 코로나로 해외여행 대신 제주도가 뜨면서 아르떼뮤지엄도 입소문을 탄 거죠.”
대형 전광판을 통해 제주섬의 환상적인 자연경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 아르떼뮤지엄 제주는 금세 명소로 떠올랐다. 가능성을 확인한 이 대표는 곧바로 새로운 장소를 물색했다. 2021년 8월 전남 여수, 12월 강원 강릉에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 세곳을 지난해 말까지 380만명이 찾았다. 내년 7월에는 부산 영도에도 생긴다.
아르떼뮤지엄 여수. 디스트릭트 제공
아르떼뮤지엄 강릉. 디스트릭트 제공
그렇다고 비투비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디스트릭트는 2004년 기업 의뢰를 받아 웹사이트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공인회계사로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 삼일에서 일하던 이 대표가 2007년 대체복무제도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디스트릭트에 왔을 때도 그랬다. 그는 2009년 복무를 마치고도 삼일로 돌아가지 않고 디스트릭트에 남았다. “그즈음 아이폰이 나오고, 빔프로젝터, 엘이디(LED), 홀로그램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쏟아졌어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커질 거라는 판단과 함께, 안정적인 회계사 일보다는 불확실해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자는 도전 정신이 발동했죠.”
경영관리·사업개발 등 업무를 하던 그에게 대표이사 제의가 온 건 2016년이었다. 2012년 라이브파크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창업주 최은석 대표마저 세상을 떠난 이후 디스트릭트는 급격히 어려워졌다. 한해 적자가 100억원 가까이 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가까워졌다. 그때 경영의 세대교체를 꾀하고자 이 대표에게 중책을 맡긴 것이다. “어깨가 무거웠지만, 여기서 보낸 나의 지난 9년이 의미가 있으려면 더 주도적으로 조직을 이끌며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대표 자리를 수락했죠.”
서울 강남 코엑스의 <웨이브>. 디스트릭트 제공
그는 아르떼뮤지엄과 함께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웠다. 디스트릭트의 역량을 알리고자 서울 강남 코엑스의 국내 최대 전광판에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4월 한달간 공개한 ‘웨이브’는 2차원 전광판을 파도가 굽이치는 3차원 공간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렸다. 이를 찍은 영상이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지면서 <시엔엔>(CNN), <로이터> 통신, <포브스> 등 외신에 보도됐고, 뒤늦게 국내 언론도 타면서 <웨이브>는 5월 말부터 넉달간 재상영됐다.
끝이 아니었다. <웨이브>의 여파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판 집합소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을 운영하는 두곳과 연결된 것이다. 2021년 7월 열흘간 돈 한푼 안 내고 타임스스퀘어에서 <웨일 #2>를 상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곧바로 또 다른 전광판에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워터폴엔와이씨(NYC)>를 일주일간 상영했다. 일주일에 20만달러인 원래 가격의 10분의 1인 2만달러만 냈다. 뜨거운 반응에 전광판 소유주는 “돈 안 받을 테니 한달 더 연장하자”고 했다. 이 두 작품이 큰 화제를 모으면서 디스트릭트는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후 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브랜드의 작품 의뢰가 늘었고, 제작비도 3배 이상 더 받게 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워터폴엔와이씨(NYC)>. 디스트릭트 제공
디스트릭트는 어린이 대상 키즈카페, 유명 셰프와 협업해 음식 먹는 경험을 미디어아트와 결합하는 모델도 추진 중이다. 상업적 비즈니스와 함께 순수예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에이스트릭트’라는 브랜드로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어 국외 아트페어 등에 출품하는 식이다.
디스트릭트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뭘까? “현대미술 갤러리나 박물관에 가면 일반 대중은 좀 어려워해요. 우리는 직관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경험하도록 하죠. 새로운 형태의 시각예술을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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